F1의 75년 역사에는 수많은 위대한 머신들이 있었지만, 동시에 형편없는 실패작들도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라이프 F190은 아마도 역사상 최악의 머신으로 손꼽힐 것입니다. 이 머신의 혼란스러운 여정은 야심 찬 엔진 콘셉트에서 시작해 코믹하면서도 비극적인 몰락으로 끝났습니다.
왜 중요한가: 라이프 F190은 실용성에 대한 고려 없이 야심만 가득했던 사례로, 포뮬러 1에 진입하고 경쟁하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도전인지를 보여주는 경고등 역할을 합니다. 이 팀의 이야기는 레이싱 팀을 어떻게 구성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교훈입니다.
W12 엔진의 꿈: 이 머신의 기원은 전 페라리 엔지니어였던 프랑코 로키에게서 시작됩니다. 로키는 V12 엔진의 강력한 성능을 V8 엔진의 소형화된 크기에 담을 수 있는 W12 엔진을 구상했습니다. 그는 이 엔진이 코스워스 엔진보다 거의 15kg 가볍다고 주장했으며, 1989년 F1이 자연 흡기 엔진으로 전환하던 시기에 완벽해 보였습니다. 혼다, 르노, 포드가 V10을 선택하고 페라리가 V12를 고집하는 와중에, 로키의 W12는 홀로 고유한 길을 걸었습니다.
운 없는 팀의 탄생: 이탈리아 사업가 에르네스토 비타가 로키의 엔진 개발을 지원했습니다. 기존 F1 팀들이 검증되지 않은 W12 엔진에 관심을 보이지 않자, 비타는 과감하게 라이프 F1이라는 자체 팀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F1 진출에 실패했던 퍼스트 레이싱(First Racing)으로부터 섀시를 구입했는데, 이 섀시는 제조 결함까지 안고 있었습니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구성된 라이프 팀은 1990년 시즌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지독한 예선전 악몽: 1990년대 초 F1 시즌에는 본선 출전이 불확실한 팀들을 위한 사전 예선전이 있었습니다. 라이프 팀의 성과는 시작부터 처참했습니다.
- 1990년 피닉스: 잭 경의 아들인 게리 브라밤은 폴 포지션보다 35.8초 느린 랩타임을 기록했지만, 다른 머신의 고장 덕분에 간신히 꼴찌를 면했습니다.
- 1990년 브라질: 브라밤의 머신은 단 400m 주행 후 엔진이 멈췄는데, 임금을 받지 못한 미캐닉들이 엔진에 오일을 채우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 브라밤은 비타에게 신뢰성 있는 저드(Judd) V8 엔진으로 교체할 것을 간청했지만, 비타가 거절하자 브라밤은 팀을 떠났습니다.
악화일로를 걷다: 베테랑 드라이버 브루노 지아코멜리가 브라밤의 뒤를 이었습니다.
- 이몰라: 지아코멜리의 머신은 오일 및 워터 펌프 고장으로 인해 트랙을 기어가는 수준으로 주행해야 했고, 그 결과 7분이라는 예선 랩타임을 기록했습니다.
- 모나코: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장 빠른 예선 통과자보다 14초나 뒤처졌습니다.
피할 수 없는 몰락: 비타는 필사적으로 투자자를 찾았고, 심지어 당시 붕괴 중이던 소련에 접근하기도 했으나, 예상대로 이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포르투갈 그랑프리에 이르러 비타는 마침내 저드 V8 엔진을 장착하는 것을 허락했지만,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스페인 GP 이후, 버니 에클스톤의 권유에 따라 비타는 마침내 팀을 해체하며 라이프 F1의 비극적인 서사를 마무리합니다. 1990년대 초에는 오닉스, 안드레아 모다, 콜로니, AGS, 유로브룬 등 수많은 야심 찬 팀들이 유사한 운명을 맞았는데, 이들은 모두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