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GP: 파파야 내전에서 레드불 홈 참사까지 – 슈필베르크의 드라마

맥라렌이 지배했다. 오스트리아 GP는 맥라렌의 무대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팀메이트 간의 치열한 싸움이 있었고, 레드불이 홈에서 무너지는 비극이 펼쳐졌다. 페라리는 조용히 역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미드필드에서는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많은 매력적인 순간들이 한 레이스에 몰린 경우는 드물다.

파파야 내전: 맥라렌의 지배와 팀 내부의 전쟁

노리스가 이겼지만, 진짜 싸움은 팀 안에서 벌어졌다. 란도 노리스와 오스카 피아스트리는 71랩 동안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맥라렌 피트월이 긴장한 표정을 지었던 것도 당연하다.

승리를 위한 혈투

노리스는 폴에서 시작했지만, 피아스트리는 고분고분하게 따라갈 생각이 없었다. 진정한 챔피언십 경쟁자답게 르클레르를 가볍게 제치고 첫 번째 코너부터 노리스를 압박했다.

11랩이 하이라이트였다. 피아스트리가 DRS를 활용해 3번 코너에서 노리스를 추월해 잠시 선두를 가져갔다. 하지만 노리스는 바로 4번 코너에서 스위치백으로 되받아쳤다. 노리스가 전략적으로 선두를 내주고 다시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지만, 어쨌든 이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줬다.

20랩에서는 심장이 멎을 뻔한 순간이 연출됐다. 4번 코너에서 피아스트리가 락업하며 노리스를 거의 들이받을 뻔했다. 팀 라디오에서 "너무 위험하다"고 경고한 것도 그 상황을 말해주고, 피아스트리도 레이스 후 그 순간에 대해 사과했다.

두 사람의 전략도 엇갈렸다. 피아스트리는 첫 번째 스틴트에서 노리스보다 4랩을 더 돌며 타이어 어드밴티지를 얻으려 했지만, 피트스톱 후 5.5초 뒤처진 상태로 나왔다. 그는 레이스 내내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몸부림쳤다.

맥라렌 "노리스 전용" 업데이트의 비밀

맥라렌의 압도적 페이스는 우연이 아니었다. 오스트리아에 가져온 업데이트는 사실상 노리스 맞춤형이었다.

시즌 내내 노리스는 프론트 액슬에서 "무감각한 느낌" 때문에 차의 한계를 찾기 어려워했다. 맥라렌 기술진은 그의 피드백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새로운 프론트 서스펜션 페어링과 리어 서스펜션 지오메트리 변경을 포함한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구현했다. 이는 "노리스가 한계에서 타이어를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었다.

테크니컬 디렉터 닐 홀데이조차 "일부 업그레이드는 란도의 코멘트에 편향되어 있었다"고 인정했다. 반면 피아스트리는 기존 핸들링 특성에 더 만족하고 있었고, 캐나다에서 도입된 새로운 프론트 서스펜션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 둘의 세팅 선호도는 완전히 달랐다.

결과는 노리스의 마스터클래스였다. 그는 연습 세션을 지배했고 0.5초 이상의 압도적 차이로 폴을 가져갔다. 퀄리파잉에서 이 정도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업데이트가 제대로 먹혔다는 증거다.

"알핀이 아직도 날 엿먹이네..." – 피아스트리의 과거가 되돌아왔다

평소 침착한 피아스트리가 폭발했다. 55랩에서 선두 노리스를 쫓던 중, 백마커 콜라핀토에게 잔디로 밀려났다. 콜라핀토는 츠노다와의 싸움에 집중하느라 피아스트리를 못 봤다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5초 페널티를 받았다.

그때 피아스트리의 팀 라디오가 압권이었다: "알핀이 몇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날 엿먹일 방법을 찾아내네, 그치?"

이 한 마디에는 무거운 사연이 담겨 있다. 2022년 피아스트리가 알핀 주니어 프로그램을 떠나 맥라렌으로 옮긴 복잡한 사건 말이다. 알핀이 일방적으로 그의 2023년 시트를 발표했을 때, 피아스트리는 지금도 회자되는 트윗으로 반박했다. 콜라핀토 사건은 그가 잊고 싶어하는 쓰라린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마라넬로의 역작: 페라리가 드디어 업데이트를 성공시킨 방법

페라리가 조용히 반격을 시작했다. 시즌 내내 효과 없는 업데이트와 답답해하는 드라이버들로 고생했던 페라리가 마침내 성공적인 업그레이드를 선보였다. 더 놀라운 건 페라리 업데이트가 보통 진가를 보여주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SF-25의 변신

2025년 SF-25는 시즌 내내 문제가 많았다. "극단적인 컨셉"은 극도로 좁은 세팅 윈도우와 불안정한 공력 특성을 만들어냈다. 해밀턴과 르클레르 모두 차의 예측 불가능함을 호소했다.

페라리는 오스트리아에 완전히 새로 설계된 플로어를 가져왔다. 공기 흐름에 영향을 주는 거의 모든 것을 재설계했다 – 플로어 펜스, 중앙 '보트' 섹션, 터널 확장, 디퓨저까지. 목표는 단순히 더 많은 다운포스가 아니라, 공력 안정성과 차를 더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금요일 연습에서는 거칠어 보였지만, 퀄리파잉에서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르클레르가 그리드 2위를 차지했고, 해밀턴은 시즌 최고인 4위를 확보했다. 맥라렌 듀오 뒤를 이은 르클레르의 3위 포디움 피니시가 업데이트가 진짜였다는 걸 증명했다.

2024년 맥라렌 스타일의 돌파구

페라리의 성공은 2024년 오스트리아에서 맥라렌이 보여준 극적인 터닝 포인트를 떠올리게 했다.

이론적인 최대 성능만 추구하며 다루기 어려운 차를 만들어내던 기존 페라리 업데이트와 달리, 이번에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우선시했다. 공력 플랫폼을 안정시키고 세팅 윈도우를 넓혀, 르클레르와 해밀턴 같은 월드클래스 드라이버들이 드디어 진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내가 보기에 이는 페라리가 경쟁사들의 성공 공식에서 배우고 개발 철학을 바꿨다는 걸 보여준다. '다루기 쉬운 차가 결국 빠른 차'라는 걸 깨달았다.

잊고 싶은 홈 레이스: 레드불 패밀리의 비극

오스트리아는 레드불에게 악몽이었다. 자신들의 이름이 붙은 서킷에서 레드불 패밀리 – 레드불 레이싱과 RB 모두 – 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레드불 레이싱은 무득점이었다.

챔피언의 퇴장, 루키의 사과

레이스는 시작부터 잘못됐다. 1랩 3번 코너에서 메르세데스 루키 안토넬리가 브레이킹을 실수했다. 리암 로슨을 피하려다 컨트롤을 잃은 안토넬리가 7위를 수비하던 베르스타펜의 레드불에 정면충돌했다. 두 드라이버 모두 즉시 리타이어했고, 레드불의 홈 레이스는 단 1분 만에 끝났다.

베르스타펜은 처음에 "바보들" 때문이라며 분노했지만, 나중에는 놀라운 성숙함을 보여줬다. 안토넬리가 즉시 사과하러 왔을 때 베르스타펜은 선선히 받아들였다. 인터뷰에서 "모든 드라이버가 그런 실수를 한다. 키미는 엄청난 재능이 있고 이것에서 배울 것이다"라며 루키를 감쌌다. 안토넬리는 계속 사과하며 "완전히 내 잘못"이라고 했다. 그는 다음 영국 GP에서 3그리드 페널티를 받는다.

슈필베르크에서 스파까지: 베르스타펜의 분리

크래시 후 베르스타펜의 행동이 시사하는 바가 컸다. 팀 피트월에 합류해 나머지 레이스를 지켜보는 대신, 그는 자신의 드라이버 룸으로 들어가 TV를 켰다. 하지만 그가 본 건 오스트리아 GP가 아니었다 – 그의 개인 심 레이싱 팀 'Team Redline'이 참가하고 있는 스파 24시간 레이스였다.

이런 행동은 그가 2025년 F1 챔피언십에서 심리적으로 한 발 물러서 있음을 보여준다. 맥라렌의 압도적 페이스와 레드불의 불안정함에 직면해, 그는 F1 타이틀 수비보다 자신의 또 다른 열정인 심 레이싱에 집중하고 있다. 좌절감과 무력감을 표현하는 그만의 방식일 수도 있다.

기능부전 가족의 초상

베르스타펜의 불행이 끝이 아니었다. 팀메이트 츠노다는 최악의 주말을 보냈다. 퀄리파잉에서 RB21의 "너무 좁은 작동 범위"와 "예측 불가능한 밸런스"에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Q1에서 18위로 탈락했다. 레이스에서는 콜라핀토와 충돌해 페널티를 받고 꼴찌로 들어왔다.

시니어 레드불 팀이 완전히 무너지는 동안, 아이러니하게도 RB의 리암 로슨이 레드불 패밀리의 체면을 살렸다. 시즌 초 레드불에서 RB로 강등당한 아픔을 겪은 로슨이 컴백을 선언했다. 퀄리파잉 6위, 완벽한 원스톱 전략으로 6위를 지켜내며 커리어 베스트 결과를 거둔 것이다. 레드불 패밀리에서 유일하게 포인트를 따낸 드라이버였다.

이 극명한 대조는 레드불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베르스타펜의 차량 개발 천재성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시스템이 그가 없으니 무너진 것이다. 반면 다른 철학으로 만든 차의 드라이버가 더 나은 결과를 냈다.

미드필드 이야기: 스승과 제자, 그리고 불운

치열한 상위권 싸움 뒤에서 F1의 또 다른 매력이 펼쳐졌다.

사부와 사제: 알론소 vs 보르톨레토

킥 사우버 루키 보르톨레토에게 이번 GP는 터닝 포인트였다. 특히 후반 레이스에서 그의 멘토이자 우상인 알론소와 7위를 놓고 벌인 싸움은 이번 주말의 숨겨진 보석이었다. 보르톨레토는 알론소 매니지먼트 소속이고, F3와 F2 시절부터 그의 지도를 받아온 '알론소 키드'다.

프레시 타이어 어드밴티지로 9초 격차를 급속도로 좁혀 알론소를 압박한 보르톨레토는 몇 랩에 걸친 치열한 싸움 끝에 "F1에서 경험한 가장 강렬한 배틀"이라고 묘사했다. 베테랑 마스터 알론소는 선두 차들의 블루 플래그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완벽한 수비 드라이빙으로 7위를 지켜냈다.

추월은 실패했지만 보르톨레토는 8위로 감동적인 첫 F1 포인트를 따냈다. 파크 페르메에서 알론소가 제자에게 다가가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넨 장면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존중과 스포츠맨십을 보여주는 F1의 아름다운 면이었다.

윌리엄스: 놓친 기회

사우버가 축하하는 동안 윌리엄스는 깊은 좌절에 빠졌다. 팀 보스 바울스는 "편안하게 6위 피니시할 페이스"가 있다고 자신했지만, 결과는 악몽이었다 – 두 차 모두 리타이어.

사인스는 포메이션 랩에서 1단 기어가 들어가지 않아 레이스를 시작도 못 했다. 피트로 돌아가는 동안 리어 브레이크에서 화재가 발생해 DNS를 기록했다. 알본은 1랩 혼란을 이용해 12위에서 7위까지 치고 올라오며 희망을 보여줬지만, 17랩에서 캐나다와 비슷한 기술적 문제로 리타이어했다. 3경기 연속 DNF라는 고통이었다.

F1에서 빠른 차를 만드는 것은 절반의 승부고, 71랩을 완주할 수 있는 신뢰성이 똑같이 중요하다는 걸 완벽하게 보여줬다.

안전 문제와 최종 결과

트랙 위의 크레인: 새로운 안전 논의

F2 스프린트 레이스에서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다. 2랩 3번 코너에서 메가투니의 차가 린드블라드와 접촉 후 뒤집혀 브라우닝의 머신 위에 올라타는 끔찍한 사고였다. 다행히 헤일로 덕분에 세 드라이버 모두 무사했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사고 차량을 치우기 위해 투입된 크레인 장비 복구차가 1번과 3번 코너 사이의 카타르 항공 오버헤드 스폰서 구조물에 충돌하며 이를 무너뜨리는 2차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포르쉐 슈퍼컵 레이스가 지연되고 주말 스케줄이 엉망이 됐다.

이 사건은 F1 안전 논의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2014년 비안키 참사 이후 FIA는 트랙 위 복구 차량에 대한 안전 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복구 차량 자체가 다른 트랙 구조물과 충돌해 새로운 위험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단순히 복구 작업 중 드라이버 속도 통제를 넘어서, 복구 과정 전체에 대한 안전 프로토콜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한다.

최종 분석

2025년 오스트리아 GP는 맥라렌의 압도적 지배력을 확인시켜줬다. 노리스와 피아스트리의 타이틀 파이트는 진짜로 불붙었고, 노리스는 이번 승리로 격차를 15점까지 좁혔다. 베르스타펜의 리타이어는 그를 챔피언십 경쟁에서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

페라리는 성공적인 업데이트로 희망을 보였지만, 레드불은 역대 최악의 홈 퍼포먼스로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미드필드에서는 사우버와 로슨이 돌파구를 축하하는 동안 윌리엄스가 가슴 아픈 좌절을 겪었다.

남은 질문은 이거다: 맥라렌의 지배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그리고 페라리가 작년처럼 그들을 위협할 수 있을까?

2025년 오스트리아 GP - 레이스 결과